[동탄 송동 심리상담센터 마음을 걷는 동반자] 청소년이 겪는 학업 스트레스에 대하여(고교학점제)
2026-08-10
최근 심리 상담 및 평가 장면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아이들의 고민을 듣고는 한다.
바로 고교학점제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직접 선택해서 이수하는 제도다.
언뜻 학생의 자율성과 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어른인 우리들은 10대에 얼마나 진지하게, 계획적으로,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살았던가.
적성 이전에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는지를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책임 전가처럼 느껴진다.
주위를 둘러보면 마치 다른 아이들은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이미 정해놓고 쉴 새 없이 노력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숨막히는 레이스를 펼치는 아이들도, 상담에 와서는 “그냥 주변에서 중요하다고 하고 저도 불안하니까 일단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잘은 모르겠는데 일단 대학가기 유리하다고 하니까요.”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가치관과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청소년기에,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SNS에서 보이는 타인의 그럴듯한 모습이 ‘마치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족쇄가 된다.
황여정(2008)의 연구에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을 갖지 못하고, 관련 정보가 부족할수록 학업 스트레스를 크게 느낀다고 보고했다.
이전에도 이런 경향이 뚜렷했는데, 이제는 여기에 '과목 선택'이라는 변인이 추가되면서 본인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기댓값이 높은 전략을 3년 전부터 설정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실제로 임상 장면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본인의 적성을 빨리 찾고 싶다는 고민보다는 학창시절 동안 하나의 과업이라도 실패할까 불안해하고,
본인답게 친구와 관계하기보다는 오점을 남기지 않고자 갈등과 사건을 피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끊임없는 어른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인내한다.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등급과 과목 사이에서 하루를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고교학점제 경험에 관한 연구(유현경, 2024)에서 진로를 확정하지 못한 학생일수록 수행평가를 진로와 연계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생부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보고했다.
진로라는 것은 본인이 결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운명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또 고등학교 시절에 생각한 직업이 현재 직업과 동일한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마치 열일곱 살에 이미 완성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관련 보고서(정윤경 외, 2020)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지적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부담을 학생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고교학점제 이후 이동 수업이 늘어나면서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 담임교사와 소통하는 시간 등 사회성 함양을 위해 필요한 구조적 기회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유학기제와 달리 고교학점제는 성적과 입시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 모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다(유현경, 2024).
이 대목이 특히 마음에 걸린다.
청소년기는 기본적으로 불안정하고 불안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어른과 친구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실제로 청소년기는 급격한 신체 변화가 심리적 변화로 이어지며 정서성과 민감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아 불안정한 상태에 처하기 쉬운 시기로 설명된다. 이 시기 친구와 가족의 지지를 높게 지각할수록 청소년의 심리적 자원이 더 견고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최아라, 2016).
그러나 정작 제도는 청소년 아이들의 대인관계를 흐리고 경쟁하며 본인에게만 집중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불안정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마음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신정순, 김윤정, 2025)에서는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가 자아존중감을 낮추고, 낮아진 자아존중감이 다시 우울로 이어진다는 경로가 확인되었다.
다만 이 연구는 자아탄력성이 높은 청소년의 경우 이 부정적인 흐름이 완충된다는 점도 함께 보여주었다.
즉 제도 자체를 당장 바꿀 수는 없더라도, 아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힘과 곁을 지켜주는 관계만큼은 우리가 함께 채워줄 수 있다는 뜻이다.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해서, 과목 선택이 서툴다고 해서 아이가 뒤처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충분히 고민하고 흔들리는 과정 자체가 필요한 성장의 일부일 수 있다.
헤매며 불안해하는 아이를 다그치기보다는 ‘원래 그러한 시기’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말해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좋은 대학과 성적이 정말 행복한 삶을 위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인지,
한편으로는 더욱 정교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들이밀면서 성장하려는 아이들의 마음을 과도하게 옳아 메지는 않는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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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정 (2008). 고등학생의 학업 스트레스 지각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한국청소년연구, 19(3).
유현경 (2024). 학생과 교사의 고교학점제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정윤경, 류지은, 안유진, 곽초롱 (2020).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진로교육 체제 개편방안 기본연구(2020-07).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신정순, 김윤정 (2025). 청소년의 학업스트레스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자아존중감의 매개효과와 자아탄력성의 조절된 매개효과. 사회융합연구, 4(2).
김림정, 최윤정 (2024). 청소년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비교 경향이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 심리방어의 매개적 역할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24(9).
서옥형, 황매향 (2016). 초등학교 고학년 남녀 아동의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직업포부 수준의 차이. 아시아교육연구, 17(4).
최아라 (2016). 중학생의 기질, 사회적지지 및 정서조절능력이 긍정심리자본에 미치는 영향. 한국아동학회지,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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